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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23학년도_입상_[예술이란 무엇인가]_안지연 교수

  • 최승규
  • 2024-03-18
  • 1188
 제목: 예술의 재정의

  1학년 2학기를 앞두고, 영역별교양 강의 선택을 하려던 나는 어떤 강의가 내게 배움을 주고, 성장의 발판을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었다. 그렇게 강의 목록을 내리다 발견한 과목의 이름은 바로 ‘예술이란 무엇인가’였다. 이전부터 강의명에 ‘무엇인가’가 들어가는 과목은 학우들 사이에서 학문이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했었다. 사실 나는 중학교 시절에 음악계열 예술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예술”이라는 추상적인 존재에 대해서 다른 사람보다는 잘 안다고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그 강의를 본 순간,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불현듯 내 머릿속을 관통했다. 예술이란 그저 심미적인 요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예술은 곧 음악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예술은 계속 연습해야 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다고 정의내렸다는 것을. 나는 나에게 던진 질문과 답변을 토대로, 이번 학기에는 예술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제대로 배워 예술에 대한 나의 가치관을 다시 정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소문이 말하는 뜻을 무릅쓰고 결국 이 강의를 신청해 수강하기 시작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강의는 크게 ‘예술에 대한 이론’, ‘이론에서 더 나아간 생각 확장 매주 과제’, ‘조별 크리틱’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물론 다른 강의와 다르지 않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치르지만 이 강의는 고강도 상호작용 수업이었기 때문에 이론강의, 토론, 전시회 기획 과제, 매주 핸드아웃 과제 등이 포함되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의 이론 수업은 시기에 따른 예술의 변화와 특징과 같은 것들과 사회와 관련된 예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수업이었다. 또한 매주 있던 핸드아웃 과제는 한 주에 있던 수업에서 나온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질문에 나의 생각을 적어보는 과제였다. 조별 크리틱은 수업 초반에 했던 예술에 대한 성향 테스트로 교수님께서 직접 짜주신 조의 조원들과 핸드아웃 과제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누어보는 토론이었다. 글로 읽어보면 이 수업은 수강하기에 어려움이 많아 보이지만, 이론 수업과 매주 과제는 너무 어렵지 않고 딱 나의 지식과 생각이 확장될 수 있는 만큼의 난이도였다. 조별 크리틱 또한 처음에만 서먹했을 뿐이지, 점점 이야기를 나눌수록 어색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학기가 끝나갈 무렵의 나는 크리틱이 사람들 앞에서 공적으로 말하는 ‘발표’로 느껴지기보다는 사적으로 말하는 ‘대화’로 느껴졌다.
  나는 남들이 어려울 것이라고 느끼는 이 수업에서, 내가 예술에 대한 생각의 성장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강의라고 생각했다. 강의를 듣기 전부터,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내가 말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내가 대화를 잇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와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틱 수업을 진행하면서, 사람들과 말하는 것에 더 이상 의무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원들은 나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들어주었고, 내가 노력한 것에 인정을 해주었고, 굳이 말을 장황하게 하지 않고 짧게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의 말을 들어주었다. 친절하고 다정한 조원을 만난 것도 축복이겠지만, 이 조원들 덕분에 나는 ‘예술에 대한 고찰’이라는 목적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서 느끼는 의무감을 더이상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강의를 나에게 있어 명강의로 선정하였다.
  처음 강의계획서를 확인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지 이렇게나 복잡한 수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을까?’였다. 이 수업만 수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전공과목도 수강해야했기 때문에, 강도 높은 수업에 참여하면서까지 내가 얻을 수 있는 점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학기가 끝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뿌듯함과 성취감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맨 첫 주, OT를 진행하던 첫 시간에 내가 적어 낸 예술의 정의는 어떠한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것이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예술이란 학문은 한 사람의 배움과 성찰을 일으키고 결국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술과 사회를 연관지어 이론적으로 배우고, 직접 조원들과의 작품 크리틱 시간을 통해 나는 결국 예술을 재정의할 수 있었다. 크리틱 시간은 총 네 번 있었다. 이 네 번의 시간 동안 같은 조원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서, 그 조원이 선호하는 예술 성향, 생각하는 방향성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고 가치관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또한 나도 모르게 크리틱 시간이 아니었다면 나의 대학 생활 속에서 전혀 몰랐을 다른 학과, 다른 학년 사람들을 분석하고 그 내면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내가 다시 정의한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만들고 서로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예술은 비록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도 다르고, 느끼는 바도 다르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이제 예술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것을 다시 재정의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쩌면 나에게 예술의 재정의라는 과정은, 지금껏 사실 잘 몰랐던 것을 정의하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제대로 잘 모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적어도 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강의를 통해 제대로 모르는 것을 정확히 정의해보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말끝을 흐리는 학우들이 이 강의를 한번 쯤 수강해 본다면 각박한 콘크리트 세상에 피어난 장미를 본 듯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