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칼럼] '막말 빌런'인데 일은 잘한다니 조직 망치는 가스라이팅일 뿐
[김경일, 심리학과 교수]
법무법인 율촌의 노동팀장으로 있는 조상욱 변호사와 필자는 직장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오피스 빌런'이 하는 언행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법률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고민해왔다. 그중 우리 두 사람에게 이런 문제는 당사자 사이의 가해와 피해 관계로만 생각되곤 한다. 하지만 훨씬 더 심각하고도 고질적인 문제점이 조직 전체에 걸쳐 남는다. 특히 그 막말과 욕설의 주인공이 높은 자리에 있는 리더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특정한 피해자가 없어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언행을 하는 리더 중 상당수가 능력과 추진력이 있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조직 최상층부로부터 면죄부를 받는 일이 많다. 게다가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제삼자는 이런 반응을 보이는 때가 많다. "에이, 그렇게 좋은 위치에 있는 분이 설마 그런 언행을 했을까?"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는 결코 옳은 생각이 아니다. 호주의 긍정심리학자 브루스 윌슨 박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문화에서 욕설과 막말은 연령, 교육 수준, 사회적 위치에 따라 차이가 별로 없다. 다시 말해 교육 수준이 높은 사회적 어른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부정적 언행을 일삼는 사람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오로지 차이점은 성별이다. 욕설과 막말을 하는 사람이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보이는 것은 모든 문화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언어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이 모든 계층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심리학 연구를 종합하면 사람들은 욕설과 막말을 하면서 일종의 정서적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의 와카르 후사인 박사가 최근 종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욕설을 사용하면서 가질 수 있는 이점은 다양하다. 특히 자신이 싫어하거나 경쟁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직간접적으로 저주가 담긴 욕설과 막말을 하는 것은 실제로 육체적 및 심리적 고통을 모두 덜 느끼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라서는 심지어 최대 33%까지 고통을 줄인다. 그런데 그 이유는 매우 흥미롭다. 그런 말을 하면서 자신의 주의를 고통스러운 것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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