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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환자한테 병을 알려 주는 것이다. 첫째 의사가 이렇게 말한다고 치자. “제부에서 촉지되는 연종괴가 허니아로 의심됩니다. 감별진단 후 외과로 전과하겠습니다.” 둘째 의사는 같은 내용을 이렇게 말한다. “배꼽 부위에서 만져지는 것이 바깥으로 튀어나온 창자 같습니다. 더 검사한 다음에 외과로 옮기겠습니다.” 환자는 둘째 의사의 말을 잘 알아듣고 따를 것이다. 실제로 의사가 환자한테 쉽게 풀이하면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 된다. 의사가 쉽게 풀이하려면 의학 용어가 쉬워야 하고, 의학 용어의 바탕인 해부학 용어부터 쉬워야 한다. 따라서 대한해부학회는 지난 25년 동안 어려운 해부학 용어를 쉽게 바꾸었다.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상완→위팔, 관골→광대뼈, 슬관절→무릎관절, 건→힘줄, 구개→입천장, 소장→작은창자, 담낭→쓸개, 신장→콩팥, 안검→눈꺼풀. 이렇게 쉬운 새 용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일부 의사가 싫어한다. 어렵게 외운 옛 용어를 버리기가 아깝고, 새 용어를 익히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슬관절 대신에 무릎관절을 써서 의사한테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꾸한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양반이 아닌 평민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새 용어는 의사가 아닌 환자를 위한 것입니다. 환자를 위해 조금만 양보하십시오. 그런데 환자를 위한 것이 의사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환자를 위한 의사한테 돈과 명예가 따르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말을 덧붙인다. “법률가는 법률 용어를 쉽게 바꾸고 있습니다. 도과한→지난, 궐한→빠진, 개전의 정→뉘우치는 빛. 쉬운 법률 용어도 법률가가 아닌 비법률가를 위한 것입니다. 이처럼 어렵게 배운 전문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것은 기득권을 버리는 것입니다. 법률가보다 의사가 먼저 기득권을 버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나는 강의실에서 영어 용어로 가르친 다음에, 실습실에서 우리말 새 용어로 가르친다. 이렇게 따지는 학생도 있다. “아직은 쓸개라고 말하는 의사보다 담낭이라고 말하는 의사가 많습니다.” 나는 새 용어로 말하라고 구슬린다. “내가 어릴 때에는 기생충 없는 사람보다 기생충 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에는 기생충 있는 것이 옳았겠냐? 많다고 꼭 옳은 것이 아니다. 많은 의사가 담낭이라고 말해도, 너는 쓸개라고 말해라.” 새용어로 가르치면 학생이 더 똑똑해진다. 옛날 해부학 시험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 “지주막하강에 대해서 쓰시오.” 학생이 이렇게 답을 써도 점수를 조금 주었다. “거미처럼 생긴 막의 밑에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새 용어로 문제를 낸다. “거미막밑공간에 대해서 쓰시오.” 옛날처럼 문제를 풀어서 쓰면 점수를 주지 않고, 뜻있는 내용을 써야 점수를 준다. 지주막하강처럼 어려운 일본 한자를 외울 시간에 뜻있는 내용을 익히는 것이 나중 환자를 위해서 훨씬 낫다. 전국의 해부학 선생은 새 용어로 가르치고 있고, 따라서 의과대학 학생은 해부학 실습실에서 새 용어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 학생이 의사로 자리잡으면, 옛 의학 용어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해부학 실습실은 새 의학 용어가 뿌리를 내리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에 한자가 가득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한자를 많이 외워야 신문을 읽을 수 있었다. 조선 시대에 양반만 글을 읽은 것과 비슷하였다. 다행히 요즘에는 한자가 사라져서 어린이도 신문을 읽을 수 있다. 중국, 일본에서 우리를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이다. 한자가 사라져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이 훨씬 많다. 마찬가지로 새 의학 용어가 자리잡으면 얻을 것이 많다. 쉬운 말이 좋은 말이고, 좋은 말이 끝내 이긴다.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한겨레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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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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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경청하라(김재진 지음)’에는 2009년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경쟁자에게 질투를 느낄 때와 이 경쟁자에게 불행이 생겼을 때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장치(fMRI)로 뇌를 촬영하였는데 경쟁관계에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과 비교를 하면 부러움과 자괴감이 시기심을 불러와 심적 갈등 상태로 인해 갈등중추인 안쪽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경쟁상대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자 쾌감보상회로의 핵심영역인 측핵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 속담, 이제는 사촌이 땅을 사면 전두엽이 활성화된다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 주변에 특히나 경쟁의식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중 긍정적인 사람은 자기개발을 바탕으로, 본인의 노력으로 그 경쟁심을 해소하나, 그렇지 못한 못난 사람들은 본인의 능력향상 등을 통한 정당한 방법이 아닌 경쟁상대에 대한 모함, 깎아 내리기 등으로 해소하곤 한다. 얼마 전 서울의 B대학의 한 과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학생상담, 교육, 연구 등에 매진하여 많은 대학원생을 배출하던 A교수가 있었다. 그 과에서 대학원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부 학생들은 매일같이 학교에 열심히 나와 연구 및 교육에 열심인 A교수의 지도로 석사학위를 받고자 했다. 따라서 대다수의 대학원 지원자들이 A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가고자 했고, 학과의 나머지 교수들은 전두엽 활성화의 못난 결과로 그것을 막고자 했다. 20여명의 지원자 중 10명 이상이 A교수 연구실로 진학을 했고, 나머지 10명 정도만 학과의 다른 교수 연구실로 진학했다. A교수가 주변의 전두엽이 심하게 활성화된 못난 교수들의 견제를 피하고,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환경이 좋은 C대학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학과의 다른 교수들은 내심 20여명의 대학원 진학자를 예상하고 A교수의 이직을 반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 해 대학원 입시에서 그 학과에는 3~5명의 지원자만 있었고, 그들도 취업이 되지 않아 억지로 진학하는 지원자였다고 한다. 위의 예는 BK21이라는 고급인력양성사업을 통해 대학원 진학에 있어서 타대학 진학이 보편화되었다는 상황을 감안하더라고 시사하는 바가 많다. 수평적인 직장문화가 특징인 교수사회에서 상명하복이 아닌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교수들은 특히나 더 전두엽이 발달된 듯하다. 게다가 본인의 전두엽 활성화의 못난 결과를 갖가지 다른 방법으로 아닌듯 포장한다. 이 또한 논문 작성 및 논문 발표를 통해 수없이 연습했던 결과일 것이다. 비단 교수조직만이 아니다. 주변에 보면 타인의 행복에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남의 불행에 측핵이 활성화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한 사람들 중 사회적인 지위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는 음지로 들어가 악플러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조직에서 목소리가 큰 위치에 있는 경우, 막무가내의 의견으로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오천여년 동안 주변의 침략과 세파에 영향을 받아 고난이 많았던 한국, 이제 좀 잘 살아보나 하는 시기다. 한국전쟁의 가난을 100% 노력으로 극복했고, 이만큼까지 올라왔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주변에 전두엽과 측핵이 유난히 활성화된 못난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이교범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경기일보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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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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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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