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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제에 대한 비판은 시대와 사안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해왔다. 이러한 비판은 곧 바로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경제학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왔다. 이러한 비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문필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이 던져준 “우울한 과학(dismal science)"이다. 칼라일 이래 수 많은 사람들이 이 표현을 시장경제와 경제학의 실체를 잘 보여주는 문구인 것처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 표현이 사실 시장경제와 경제학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문구였음을 알 수 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칼라일은 당시 경제학자들의 주장들에 대해 자주 우울하다고 해왔다. 하지만 경제학 그 자체를 우울한 과학으로 명백히 규정한 것은 1849년 12월 ‘흑인 문제에 대한 특별한 논의’에서였다. 따라서 우울한 과학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알려면 이 논의의 배경과 칼라일의 주장을 알아야 한다. 칼라일의 이 글은 노예해방 뒤에 쓰여진 글이고 노예해방에 앞장섰던 지식인들, 특히 경제학자들을 비판하기위해서였다. 칼라일은 노예해방 때문에 흑인 근로자들을 충분히 얻게 되지 못한 백인 농장주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는 노동이 도덕적으로 선한 것이므로 흑인이 자발적으로 일하려 하지 않는다면 강제적으로 일을 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즉 흑인이 선을 행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인 노예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농장주나 노예로 운명지워진 사람은 있을 수 없으며 수요와 공급의 힘이 농장주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이 칼라일의 눈에는 곱게 보일리 없었다. 결국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수요와 공급에서 우주의 진리를 찾고,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것이 통치자의 의무라고 주장하는 사회과학은 음울하고, 황량한 것이며, 사실상 참으로 절망적이며 비참한 과학이다. 우리는 이를 우울한 과학이라 부를 수 있다.“ 이 사례가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들을 검토하다보면 칼라일의 주장과 흡사한 모습이 발견된다. 몇 가지를 적어보자. 공공기관은 공익을 추구하고 개인이나 사기업은 사익을 추구한다. 공은 선한 것이고 사는 나쁜 것이다. 시장에 맡겨두면 혼란이 생겨나고 공익은 훼손된다. 공은 선하므로 공공부문과 그 리더가 하는 일은 옳은 일이다. 공이 사를 주도해야 한다. 대중은 평범하며, 리더는 비범하거나 비범해야 한다. 리더는 미래를 잘 알거나 잘 알아야 한다. 위대한 리더가 비전을 가지고 국가와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공공부문이나 그 리더에 대한 일상적 정서 역시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공익에 대한 존중,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감, 통찰력 있고 강한 리더의 출현에 대한 갈망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서를 낳은 배경은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쉽게 추측된다. 권력분산이 대중에게까지 이르지 못한 채 마무리 한 근대, 일제에 철저히 봉사하도록 이끌렸던 식민지 질서, 그리고 군에 의한 통제가 정상이었던 전쟁경험 등 모든 곳에서 강력한 공공부문의 자취가 엿보인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을 연구해온 많은 학자들은 정부 주도 그리고 그것도 개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성공의 핵심요인으로 꼽아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언제부터인가 공공부문과 그 리더들의 모습은 우리 국민의 일상적 정서와 기대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의 추진 방식, 공기업의 경영행태, 통상협상 과정 등을 지켜보면 공공부문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스며든다. 무엇 때문일까? 시장경제를 강조하여 왔지만 어느새 그 모습이 시장경제의 비판자들과 닮은 꼴로 되었기 때문이다.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은 선을 추구하고 따라서 공공부문이나 그 리더들이 하는 일은 옳다는 것은 성취해야 할 도전이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시장경제의 사활도 이 도전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공공부문과 그 리더들이 이 끊임없는 도전에 성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를 바래본다. - 머니투데이 2008.06.05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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