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꿈-
“수원 이의동 신도시는 세계의 문화산업계가 주목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해리포터’ 못지 않은 팬타지 애니메이션인 ‘천마의 꿈’의 총감독으로 유명한 아주대학교 미디어학부 고 욱 교수(43). 고 교수는 최근 수원 이의동을 정보통신기술(Technology)과 예술(Art)이 결합한 디지털 콘텐츠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전에 들어갔다.
고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IT, BIO, 반도체 등을 개발하기 위해 조성될 경기R&D가 들어설 수원 이의동이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
특히 IT와 반도체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한국 영상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KBS드라마센터, 영재육성의 산실인 아주대학교 등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 교수는 삼성전자, KBS, 아주대 등을 잇는 트라이엥글 디지털 콘텐츠를 구축하면 수원은 미국의 실리콘벨리와 같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낳은 황금알이 될 것이 확실하다는 확신을 갖고 아주대 산학원 연구실을 지키고 있다.
서울대와 미국 버클리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고 교수가 애니메이션업계의 기린아로, 정보통신부 디지털 콘텐츠 총괄 단장을 맡을 정도로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츠 개발 분야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데는 그의 남다른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 교수는 서울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비교적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그림 그리기와 음악을 좋아했던 학창시절의 고 교수는 “절대로 ‘딴따라’는 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엄한 부친의 말에 감히 화가가 된다거나 음악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 교수는 솔직히 “그림 그려 먹고 살 자신도 없는데다 안정적인 경제적 삶을 영위할 자신감도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러나 유약했던 고 교수도 지난 1984년에 첫학기 등록금과 6개월 생활비만을 갖고 미국 버클리대 유학길에 오르면서 생에 첫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낮설은 도시에 첫발을 대딛던 순간 ‘과연 외국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생각에 몸서리 쳤다.
그러나 입학 당시 골찌를 면치 못했던 고 교수는 하루 18시간 이상 책과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밤마다 잠을 설칠 정도로 학업에 매진, 졸업당시 동료 학생들을 우수한 성적차로 제치고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마쳤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 입사후에도 삼성맨으로 근무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을 보장받았음에도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의 길에 나섰다.
고 교수는 자신이 좋아는 했지만 먹고 살 자신이 없어 포기했던 ‘아트’(Art)를 자신의 주전공인 컴퓨터 공학(Technology)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엔터테인먼트와 결합시키는 애니메니션계에 첫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콘텐츠 총괄 단장 등으로 일하면서 정부의 디지털 산업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벤처업체 등에 대한 컨설팅을 해 주면서 디지털 미디어 업계에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던 고 교수에게 이화여대는 지난 95년 미디어학과 교수직을 제안했고 그는 기꺼이 후학양성에 나서게 됐다. 이 때를 고 교수는 자신의 몸에 넘쳐나던 예술에 대한 끼와 열정을 원석에서 보석으로 가꾸었던 시기라고 말하다.
그는 틈만 날 때마다 뉴욕 등 전세계의 예술의 도시를 방문 연구하거나 자신의 테크날로지와 창작 정신의 결합을 모색하던 중요한 시기였으며 항상 보다 나은 연구시설과 재정지원에 목말라 했다.
이같은 왕성한 활동과 관련 3년뒤에 아주대가 고 교수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수원 원천동에 둥지를 틀었다. 안정적인 지원을 약속받은 고 교수는 본격적인 디지컬 콘텐측 작업을 벌여 3D스테레오 애니메이션 ‘천마의 꿈’(2003), ‘3D 애니메이션 펭귄 스토리’(2002), ‘꾸러기 더키’ 등을 잇따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특히 2003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영상물인 ‘천마의 꿈’은 첨단 디지컬 기술과 전통문화가 얼마나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 줘 애니메이션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천마의 꿈’은 고급 극장용 장편 디지털 영화로 아시아권에서 제작된 첫 애니메이션이며 헐리우드의 15분의1에 불과한 17억원의 제작비로 한국형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헐리우드의 대형작품을 겨룰 수 있다는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고 교수가 주창하는 디지털 콘텐츠 단지 조성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아직은 세계 최첨단의 정보통신 기술을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디지컬 콘텐츠를 이용한 미디어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여부와 KBS가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영상산업 육성에 나설 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그러나 고 교수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난제들은 미디어 분야에서 탁월한 끼를 지닌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는 아주대를 비롯 유수의 대학이 수원에 대거 몰려 있어 5∼6년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를 위해 고 교수는 아주대 미디어학과 학생 등으로 구성된 ITRC 게임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픽사의 ‘토이스토리’나 ‘슈렉’ 등과 같이 세계 에니메이션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에니매이션 영화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고 교수는 “2∼3년 이내에 세계 애니메이션 견본시장에 내 놓을 창의적인 작품을 준비중에 있다”며 “이 작품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될때면 수원의 디지털 콘텐츠 단지조성은 새로운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은 경기일보 ‘아름다운 도전’에 게재된 전문임)